심리 전문가와 함께 나눠보는 HR x 마음건강

The better HR

심리 전문가와 함께 나눠보는
HR x 마음건강

누구나 건강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고, 어떤 회사라도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회사 생활의 가장 큰 스트레스와 조직을 떠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직장 상사나 동료’이고, 건강한 조직을 꿈꾸기에 앞서 조직 정치, 책임 회피, 권위주의, 직장 내 괴롭힘 등 여러 병폐들을 먼저 대응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건강한’ 조직문화를 말하고자 하는 이유는 더 이상 미루지 않아야 할 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직원 경험이 새로운 기준이 되고, 스스로 진짜 만족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지향하는 요즘,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에서 더 들어가 마음의 영역까지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허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현실에서 찾을 수 있고, 어렵고 조심스럽지만 HR이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가치인 것입니다.

IMHR 회원사에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특히, 전체 인원이 많지 않은 스타트업의 경우, 경력이나 기술 위주로 인력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업무 역량은 뛰어나지만 조직 관리나 태도의 문제로 인해 갈등을 초래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타 플레이어를 고액 연봉으로 영입했는데 코치와의 불화, 팀 전술에 비협조, 팀 동료와의 갈등, 팀에 대한 부정적 언행 등으로 팀 전체의 퍼포먼스를 해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HR은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만약 인재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건강 상태를 상세히 파악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기본적인 심리 상태나 역량을 파악할 수 있다면, 그래서 최악의 채용을 피하거나, 예상할 수 있다면 인재의 역할과 위치 지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작은 기업에서도 시도할 수 있고,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이러한 생각을 전제로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채용 과정에서 심리적인 건강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물론 심리 상태를 완벽히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의 단서를 찾아 참고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글은 IMHR의 HR 프랙티스 중 ‘심리화 역량 인터뷰’를 함께 만들어 주신, 박윤아 심리학 박사님의 인터뷰로 채워졌습니다. 회사에서 심리화 역량을 이용하여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을 채용하는 방법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읽어보고, 심리화 역량 인터뷰를 시행하지 않더라도 ‘심리적 건강’이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 박윤아 심리학 박사 및 광화문 마음공간 심리상담센터장은 정신건강임상심리사 및 임상심리전문가로서, 병원, 기업, 학교 등의 경험과 심리화 역량 인터뷰의 실제 활용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에 직접 참여해 주셨습니다.
* 개인심리상담 및 집단상담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광화문 마음건강’을 찾아주세요. →

회사 생활에서
‘마음건강’이 왜 중요한가요?

직장인들의 일과 관련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상담 센터가 광화문에 있다 보니 직장인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일’에 국한되기 보다 성격문제, 정신건강, 가족관계, 진로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심리상담이 필요해서 오시죠. 일과 관련된 고민들 중에 눈에 띄는 것은 ‘진로’와 관련이 많습니다. 요즘은 일하는 방식도 다양하고 선택폭이 넓다 보니 ‘내가 잘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아요. 이런 고민은 크게 일(업무) 자체와 일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에 비롯된 문제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먼저, 일(업무) 자체에 대한 고민은 성과를 잘 내지 못하거나, 좋지 못한 평가를 받거나, 실수를 반복해서 하게 되는 것 등이 있습니다. 특히 해당 업무에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면, 심리적 위축, 좌절감 등을 느끼면서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기도 하죠. 때로는 능력을 인정받아 지나치게 많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 번아웃 상태에 빠지는 심리적 문제도 있습니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도 많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과의 일이지만, 결국 본인의 성격을 돌아보게 되요. 만약 같은 부서에서 오랜 기간, 함께 근무해야 하는 동료와 갈등이 생긴다면 더욱 큰 고민에 빠지고, 이런 이유로 이직을 고민하기도 하죠.

그럼 일과 관련되어 있으니 회사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 아닌가요?

대체로 사람들은 일과 관련된 고민이 생기면, 스스로 어떻게든 능력을 키우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무적인 노력을 상당히 기울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능력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 그런 경우도 있지만, 개인적/업무적으로 상당히 노력을 했음에도 어떤 어려움이 지속될 수 있어요.

이런 상태라면, 눈여겨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기 자신이 사용하는 방식이나 어떤 패턴 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때라는 겁니다. 너무 나에게 익숙한 방식이라 스스로 그렇게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지나치게 꼼꼼해서 불안을 느낄 수 있고, 능력이 있음에도 시간 내 과업을 완수하지 못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또 너무 오랫동안 어려움을 느끼게 되면 심리적 문제 뿐 아니라 인지적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가령 부정적 인식이 점점 커져 스스로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로 해결이 안된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이런 경우 심리적인 측면에서 제가 도움을 드리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함께 하는 것입니다. 실제 능력을 키우거나 일을 더 잘하는 방법 등은 누구보다 스스로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상담에서 중요한 작업 중 하나는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입니다.

저희는 박사님을 통해 회사 생활과 관련하여 ‘심리화 역량’이 중요하고,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개념인 것 같아요. ‘심리화 역량’을 이해하기 쉽고 간단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심리화 역량이란, 일상 생활을 하면서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때, 기저의 마음 상태에 대해 집중하고 생각하며 이해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때, 자신의 생각이나 짐작이 ‘맞다, 옳다’는 태도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알고 싶다는 태도를 견지하면서 자신과 다른 사람의 마음 상태에 초점을 두고 생각해보며 이해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럼, 심리화 역량이 뛰어난 사람에게서 보이는 모습은 어떤 것이 있나요? 또는 회사에 심리화 역량이 발달한 사람이 많으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우선 자기 자신에 대해 돌아보면서 부정적 감정이나 문제점 등을 수용하고 조절하거나 변화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스트레스 사건이 발생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극단적인 모습을 보인다거나 심각하게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일상으로 회복하는 시간이 길지 않을 것이고, 보다 안정적인 정서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면서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이에 몰입하며 성과를 보일 것입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인식하고 공감하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소통하고자 할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는 태도를 견지하면서 더 알아가고자 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유연하게 생각하고 바라보고자 할 것입니다.

반대로 심리화 역량 수준이 낮은 사람이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마음 상태에 초점을 두지 못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기 어렵다면, 주로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에 대해서 피상적인 수준에서 이해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회사 생활 중 갈등 상황이 발생하면, 표면적인 문제만을 강조한다거나 다른 사람을 탓하면서 분노하거나 책임 전가를 할 수 있고, 반대로 오히려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탓하면서 죄책감에 휩싸이는 등 정서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또한 직장 동료를 욕구, 감정, 동기 등 마음을 가진 대상으로 바라보기 어렵고, 마치 사물처럼 취급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습니다. 즉, 공감하기 어렵고, 타인의 정서를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피상적인 수준에 머무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원활한 소통이 어렵고, 다른 사람들과 갈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잘 소통되지 않는 사람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심리화 역량은 훈련이나 교육으로 개선될 수 있는 건가요?

우선 심리화기반 치료는 상담 장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우울, 자해, 충동성, 자살 성향 등 증상의 감소와 사회적 기능의 호전 등 치료 효과가 있어, 주요 치료 요인으로 제안됩니다. 또한 심리화기반 치료는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어 여러 나라에서 실시되고 있습니다. 학교나 사회적 기관 등에서 교육프로그램으로 개발하여 시행되기도 하고, 심리화기반 가족치료를 개발하여 가족문제에 개입하는데, 여러 연구에서 효과가 검증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을
채용할 수 있나요?

회사에서의 활용을 고려할 때, 채용 과정에서 심리화 능력에 대한 판단이 필요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우울증으로 성과 저하, 사기 저하 등의 어려움을 겪거나 퇴사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같은 환경에 놓여 우울한 기분을 느낀다 하더라도 어떤 사람들은 회복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우울감을 느끼며 괴로워합니다. 이러한 차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중 하나는 심리화 능력입니다. 심리화 능력은 어떤 스트레스 사건으로 인해 우울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더라도, 스트레스 초기의 자기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많지만, 심리화 능력이 발달하지 못하면 정서 인식과 조절에 어려움을 보일 수 있습니다. 회사 환경을 고려할 때, 직원들을 상담하고 장기간 치료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따라서, 채용 장면에서 이를 파악할 수 있다면,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심리화 역량 인터뷰는 실제 활용되고 있는 건가요? 활용하신 사례를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심리화 인터뷰는 주로 상담 장면에서 활용되는 것이지만, 저는 면접 장면에서 심리화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하고, 이를 중요한 선발기준 중 하나로 사용합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욕구, 감정, 동기 등 마음을 가진 대상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심리화 역량 인터뷰를 사용합니다.

실제 심리화 역량이 발달한 사람을 채용했을 때, 집단의 의사소통이 더욱 활발해졌고,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표면화하면서(뒤에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로 좀 더 명료하게 갈등에 대해 대화할 수 있었으며, 갈등이 발생한 사람들과의 개선점도 빠르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심리화 역량 인터뷰 기법이 궁금해지네요. 심리화 역량 인터뷰의 질문은 갈등 상황에 대한 것인데, 이런 갈등 상황을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갈등 상황에 처했을 때, 좌절감, 분노감, 불안감, 우울감 등 여러 감정을 복잡하게 느끼고 때로 혼란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갈등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에 압도되지 않고,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서도 사고하는 능력을 발휘하여 자신과 타인의 마음에 집중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관점을 갖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갈등 상황을 활용합니다.

갈등 상황에 대한 이해와 관점을 살펴보는 것이 심리화 역량을 판단하기에 적합하다는 말씀이네요. 심리화 역량 인터뷰를 활용하는데 있어 주의해야 할 사항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심리화 역량 인터뷰는 심리화와 관련된 연구 중 일부분만을 활용한 것입니다. 심리화 연구는 1991년 이후로 여러 나라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심리화에 대해서 올바르고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심리화와 관련된 많은 자료를 참고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서 제시한 내용은 기초적인 것으로, 특히 빈약한 심리화 역량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즉, 심리적 상태나 심리화 능력의 종합적인 판단이 아닌, ‘빈약한 심리화의 요소를 파악’하여 선발 여부를 결정하는 판단에 활용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스펙도 좋고 경험과 스킬 등도 매우 좋은데, 심리화 능력이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경우, 어떻게 판단하는 것이 좋을까요?

그 사람이 맡을 업무에 협업이 중요한데, 심리화 능력이 빈약하다면 여러 어려움이 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협업 시 갈등이 발생했을 때, 공감하거나 정서조절을 하지 못한 채 상호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앞으로 할 업무가 주로 혼자서 수행하는 업무라면, 이와 같은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 겪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좌절이나 실패가 따를 수 있는 업무 등을 맡게 된다면, 부정적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러한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심리 상담이나 교육 등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지원자의 답변을 듣고도 잘 판단이 서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원자의 답변을 듣고나서, 지원자가 심리화를 한 것인지 아니면 상투적인 이야기나 관용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면, 상투적인 이야기나 관용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더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명료하게 심리화를 한 답을 듣는다면, 이러한 갈등이 발생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좀 더 보수적인 방식으로 평가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로서 조언해 주실 부분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많은 직장인들은 직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소진, 우울, 불안, 자살 등으로 고통받고 심리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기 어려워합니다. 그런데, 같은 스트레스 사건을 겪더라도 어떤 사람들은 오랜 시간 동안 심리적으로 고통감을 느끼며 괴로워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회복되어 건강한 삶을 살아갑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차이에 대해서 연구하는데, 심리화 이외 여러 요인들(대처 과정, 사건에 대한 평가, 정서, 사회적 지지, 의미 재구성 과정 등)을 연구합니다.

어떤 어려움을 겪을 때, 그 속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대상으로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나 자신, 타인 등에 대해서 이해하고 공감하며, 받아들이거나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회복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 이러한 과정을 혼자서 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그럴 때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가서 도움을 받는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