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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방식의 변화 :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리모트 워크 성공 요건)

우리가 흔히 일하는 방식

출근해서 자리에 앉아 PC를 켜고 이메일을 확인하고 오늘의 일정을 확인하는 등 일종의 루틴을 하고 나면 일을 시작할 준비가 됩니다.
일에 집중력이 막 올라가려는 순간, 누가 와서 말을 겁니다. 꼭 지금 말할 필요가 없는데도 자기가 생각날 때 말을 던집니다. 갑자기 전화가 와서 중요하지 않는 용무인데 바로 처리해달라고 합니다. 팀장이 갑작스런 스탠드 미팅을 제안합니다.

이러다 저러다 30분, 1시간이 지나고 오전에 하려던 나름 중요한 업무는 접어둡니다.
오픈된 사무실, 수시로 모이고 흩어지는 회의, 울려대는 전화기, 신경을 끌 수 없는 채팅창과 이메일. 도대체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란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란 간단히 말해서 즉시 답장이 오지 않을 것이 전제된 상태에서 메시지를 주고받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말합니다. 즉, 이메일을 보내거나 대화창에 메세지를 남기면 바로 답장이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와 반대로, 동기식 커뮤니케이션은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방식인데, 흔히 만나서 얘기하거나 전화하는 방식입니다.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일해 온 이유

기존 수십 년간 사람들은 동기식(실시간)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일해 왔습니다. 불과 얼마전 까지만 해도 (아니 현재까지도) 빠른 응답이 일 잘하는 사람의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졌습니다. 바로 반응하고 빨리 처리하는 사람들, 툭 치면 딱 하고 답이 나오는 사람들, 바로 바로 눈 앞의 일들을 보이게 처리하는 사람들이 조직에서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회의만 하고 전화만 하는데 조직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됩니다. 어떤 사람은 밤새 야근하며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데 (낮에 각종 회의와 전화를 하다 보니 주로 저녁에 일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정받지 못합니다.

여태까지는 그랬습니다. 스피드가 중요시되는 시대였고, 정보 자체가 공유하고 활용해야할 대상이 아닌 자산이자 권력이었고, 장시간 근로가 문제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디지털 기술이 업무 환경에 충분히 들어오지 않아 중요한 메시지만 별도로 기록해둬야 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실시간으로 빠르게 처리되는 방식이 기본으로 여겨지기 마련인 것입니다.

 

문제의 발단

그런데 사람들의 사고방식, 회사의 일 처리 방식의 기반은 실시간 방식인데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록 업무 환경에 접목되어 문제를 만들어 냅니다. 예전에는 회의나 전화 등만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되었지만,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화상회의, 휴대전화, 이메일, 채팅, 협업툴 등 커뮤니케이션의 모든 방식을 실시간으로 처리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원래 일하는 방식에 기술이 날개를 달아준 셈이죠. 2015년 야후에서 연구한 바로는 대다수의 이메일이 답장을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불과 22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른 조사에 따르면 하루에 약 6시간을 이메일을 읽고 쓰는데 소비하고, 회사에 있는 시간의 15% 정도를 회의로 사용하고, 채팅 등 메시지를 주고받은 앱에서 하루에 200개 이상의 메세지를 보내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즉, 하루 종일, 항상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팅을 하면서 이메일을 확인하고, 전화 통화를 하면서 채팅 앱으로 대화를 하는 것은 이미 일상이 되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회사 밖에 있어도 일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과 관련된 이메일, 메시지들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알람을 울려대고 언제 어디서나 확인이 가능하고 피드백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모두가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퇴근 후 휴대폰으로 알람이 울린 업무 관련 메시지를 열어봐야 하나 모른 척해야 하나.. 고민하게 만들죠.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의 단점

 

일을 방해합니다.
중요한 일이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때는 일정 시간 동안 집중이 필요합니다. 주의 깊게 자료를 살펴보고 생각을 정리하고 전체 그림을 그려보는 등 몰입하게 됩니다. 그 순간, 누군가 와서 말을 걸거나, 전화가 오거나, 계속 메신저가 울려대면 받을 수밖에 없죠.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흐트러진 집중력을 다시 찾아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대화가 5분 이었다면, 낭비되는 시간은 10분, 20분이 될 수 있습니다. 하루 중 이러한 일이 꽤 많이 생깁니다.

중요한 일보다 급한 일이 우선시됩니다.
실시간 대화 채널이 오픈되어 있기 때문에 눈앞의 급한 일부터 처리하는 경향이 생깁니다. 바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급하고 성가신 일부터 머릿속에서 치워버리고 싶게 됩니다. 문제는 급한 일이 점점 더 늘어나 긴급성 위주의 일처리가 기본이 되거나 또는 중요하지 않지만 귀찮은 일을 처리하는 중심으로 업무가 돌아가는 것입니다. 급하고 덜 중요한 일을 처리하고 나니 머리는 맑아졌는데 몸은 피곤하고 퇴근 시간이 다가옵니다. 중요한 일은 내일 해야죠.

회의가 많아집니다.
실시간 대화가 활성화되면 혼자서 고민하거나 깊이 분석해보는 것보다 같이 만나서 대화하고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것을 선호하게 됩니다.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고 빠르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과연 그럴까요? 어떤 방법이 더 낫다고 할 순 없지만,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지배하는 분위기에서는 (거기에다가 책임을 회피하는 문화가 있다면 더더욱) 회의로 논의하고 회의를 통해 의사 결정하게 됩니다. 회의, 회의, 회의.. 일은 언제 합니까?

일의 깊이가 낮아집니다.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의 특성상 얕은 수준의 논의와 대화가 됩니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대화와 논의를 통해 그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죠. 회의를 통해 일이 진행되나요? 그런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회의 후 누군가에 의해 실제 일이 진행되는 모습을 경험했을 겁니다. 모든 논의와 회의가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불필요한 회의가 많아지고 회의를 통한 의사결정이 습관이 되는 현실에서 실시간 논의를 통한 업무 방식이 워라밸은 물론이고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 방법인지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항상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혹은 24시간 우리는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 강박에 시달립니다. 화장실도 휴대폰 없이는 불안해서 가지 못합니다.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속도와 효율을 가져오기는 했지만, 그 대가로 우리는 스트레스, 불안, 강박과 같은 정신적 노력을 지불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왜 그래야 하죠?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의 장점

 

스스로 자신의 업무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걸려오는 전화와 소집되는 회의에 끌려다니지 않고, 하루하루의 업무시간을 본인의 통제하에 계획적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오늘 오전에는 중요한 업무 진행을 위해 집중이 필요하다면, 휴대폰을 꺼 놓을 수 있습니다. 협업이나 회의가 필요하다면 미리 계획하여 진행하고, 정말 급한 일이 있다면 별도의 채널을 마련하여 운영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질이 높아집니다.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그 퀄리티가 높아집니다. 사라져 버리는 말은 가볍게 여겨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남아서 전달되는 말은 핵심적이어야 하고 명확해야 합니다. 더욱이 필요 없는 메시지를 자동적으로 걸러집니다. 메세지를 받은 사람은 그 내용을 보고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됩니다. 때로는 자료를 찾거나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더 의미 있는 대답을 하게 됩니다.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줄어듭니다.
누군가 어떤 일을 물어보거나 요청할 때, 보통 언제까지 필요한지를 묻습니다. 그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은? 바로 ‘ASAP’ 입니다. 아무 기준도 없고 판단도 불가능한 기한.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불필요하게 빨리 기한을 설정하는 일이 줄어듭니다. 진짜 급한 일은 실시간 대화로 해결하고, 그렇지 않은 일은 비동기식으로 처리하면서 자동적으로 일이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일의 깊이와 퀄리티가 달라집니다.
혼자 생각하고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는 만큼 요구되는 퀄리티가 높아집니다.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는 ‘Zero(0)’에서 회의부터 일을 시작했다면, 비동기식 문화에서는 ‘30’, ‘40’, ‘50’ 수준에서 일이 공유되고 논의되기 시작합니다. 일의 효율은 물론이고 조직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계기가 됩니다.

불필요한 갈등을 없애고 조직이 투명해집니다.
비동기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은 흔적이 남습니다. 달리 말하면 모든 것이 기록됩니다. 따라서, 모욕, 성희롱 등 직장 내 괴롭힘의 기회 자체가 줄게 되고, 나아가서는 사내정치가 없어지게 됩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대화가 기록되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비동기식 채널은 보다 공식적이 되고 의미 있는 대화로 채워지게 됩니다. 또한 정보도 공유되는 것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조직에서 정보가 권력이 되는 현상이 줄어들고 보다 투명한 조직문화로 변화하게 됩니다.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 좋다고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버릴 수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효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일종의 습관입니다. 따라서 지배적인 하나의 방식이 보다 확산되고 견고 해지는 경향이 생깁니다. 실시간 대화도 필요하고 비동기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합니다. 문제는 각 방식이 가진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최대한 살려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고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만들면서 직원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재택근무나 원격근무를 많이 시행하면서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은 리모트 워크의 기본 소통 방식입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재택근무를 위해서는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업무와 정보의 흐름과 문화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떤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우리 조직에 더 적합한지, 앞으로 어떤 방향의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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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 | IMHR 대표 컨설턴트, 노무사
INFP이며, 그리스인 조르바를 좋아합니다. 좋은 HR이 개인을 행복하게 하고, 회사를 성장시키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으며 날마다 새로운 HR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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