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는 어떤 형태로든 직원을 채용하게 되면 반드시 작성하고 교부해야 하는 의무적인 문서입니다. 채용이 확정되고 입사하면 직원이 회사와 가장 먼저 하는 법률행위가 근로계약서 체결입니다. 회사가 제시하는 첫 공식적 문서로 개인의 입장에서는 ‘혹시 잘못된 것은 없는지’, ‘구두로 이야기했던 내용들이 잘 담겨있는지’, ‘추후에 불이익한 내용은 없는지’ 등 신중한 입장에서 보게 됩니다.
물론 안 보거나 아무런 기대를 안 할 수도 있지만, 점점 근로계약서를 중요하게 인식하는 추세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근로계약서가 완전 엉망이라면? 너무 불분명하고 이상한 부분이 많다면? 입사하면서 설레고 새로움을 다지는 마음 한 구석에 찝찝한 오점을 남기게 됩니다.
회사의 첫 인상 – 근로계약서, 잘 쓰고 계신가요?
제대로 갖추어진 근로계약서는 단순한 계약서가 아니라 우리 회사에 입사하는 직원과의 신뢰를 형성하고 회사의 초기 이미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근로계약서는 회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도 기본적인 HR입니다. 그런데, 근로계약서를 형식적인 절차로 생각하거나 회사 입장에서 추후에 법적인 문제 발생 시 유리한 근거를 마련하는 정도로 생각하는 회사가 의외로 많습니다.
직원 경험 관점에서 한 번 생각해 볼까요? 합리적인 문구로 잘 정리되어 있는 군더더기 없는 근로계약서를 받으면, 회사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깔끔하게 일하는 회사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아무 내용이 없는 어디서 굴러다니는 듯한 근로계약서를 받으면, 이 회사는 절차나 체계가 없고 주먹구구식으로 일할 것 같다는 느낌이 옵니다. 세세하고 회사의 입장에서 까다롭게 작성된 계약서를 받으면, 이 회사는 피곤하며 적어도 직원을 위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느낍니다. 이런 느낌, 굉장히 들어맞습니다.
실제 회사에서 쓰는 근로계약서 한 번 볼까요?
[예시 1] 어떤 회사의 퇴직절차 조항
“영업상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른 직원의 퇴사 통보 후 15일 이후에 퇴사 통보를 할 수 있으며, 이를 지키지 않고 퇴사 할 경우 1개월분 급여를 사용자에게 손해 배상한다.”
옆 동료가 나가면 15일 동안 퇴직할 수 없고, 그 전에 나가면 1개월치 급여를 배상해야 한다고요? 법적으로 강제근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차치하고서, 이런 일방적이고 윽박지르듯이 회사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회사의 태도를 보고 누가 애정을 갖고 열심히 일할 수 있을까요?
[예시 2] 모회사의 근로조건 규정
“본 계약에 의한 OOO 지급은 회사에게 어떠한 의무도 발생시키지 않는다”
“직원은 여하간의 금품에 대하여 어떠한 청구도 제기하지 않기로 동의 및 확인한다”
근로계약서에서 이런 문구를 보는 순간 어떤 느낌이 들까요? 같은 말이라도 굳이 이렇게까지 규정할 필요가 있나? 무슨 문제가 있었길래 이렇게까지 방어적으로 문구를 작성했을까?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실제 이 근로계약서를 받은 사람은 ‘적어도 근로조건과 관련해서는 회사를 믿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계속 다닐만한 회사는 아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